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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규시장 생생칼럼 "아버지"

신록의 계절, 5월은 계절의 여왕이며 '가정의 달'이기도 하다.


어린이 날, 어버이의 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성년의 날 등 가정과 관련이 깊은 기념일이 많다. 우리 용인시는 '어버이의 날' 행사에 어르신들의 발을 씻겨드리는 '세족식'을 갖기도 하였다. 그 외에도 '용인 봄 꽃 축제', '포은 문화제' 등 굵직한 행사가 많은 달이기도 하다.


가부장의 권위가 쇠퇴하고 가정에서 아버지의 존재가 왜소해지는 추세이다. 경제권도 대부분의 가정에서 주부가 갖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직장에서 급여가 곧 바로 온라인을 통해 입금되어 부인이 관리한다.


가정에서도 돈 주머니 찬 사람의 입김(?)이 센 것도 사실이다. 자녀들이 아버지보다 엄마에게 돈 달라고 한다. 그러니 아버지 보다 엄마의 비중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아버지는 일만 하고 돈만 벌어오는 존재는 아닐 것이다. 농경시대에는 아버지의 권능이 위력을 발휘했다. 의사결정권도 아버지가 대부분 행사했다.


남자 남(男)자는 밭 전(田)자 밑에 힘력(力)자가 결합된 글자이다. 남성의 노동력이 중시되고 위력을 발휘하며 조선조시대까지 이어오던 유교이념의 가치체계에서는 제도적으로 남성 우위의 사회였다. 남성의 권위가 세상을 지배하며 가부장적인 귄위가 당연시되던 시대였다. 이제 사회가 서구문명의 도입과 더불어 민주화 되고 양성 평등이 강조되며 핵가족 시대가 되다 보니 가족의 개념도 희박해지고 멸칠 전 통계청 발표를 접해 보니 전체 가구의 30% 정도가 독신 가구라고 한다. 가정이 해체 될 위기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가정의 복원과 함께 가정에서 아버지의 권위와 위상이 되살아나야 가정의 규범과 질서가 바로 설 것이다.


우스개 말로 소위 전통적인 윤리의 기본이 되었던 '삼강오륜'을 젊은이게 물어보니  삼강(三綱)은 '한강, 낙동강, 대동강이며 오륜(五倫)은 올림픽을 말한다'라고 대답했다는 웃지 못할 일화가 있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생존 경쟁의 현실은 냉혹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회사 생활 10여년의 어느 중견 사원이 능력을 인정 받지 못하고 있다가 어느날 회사에 출근해 보니 사무실에 있어야 할 자기 책상이 사라져서 당혹하여 안절부절 못하고 누구에게도 털어놓고 얘기를 못한 채 벙어리 냉가슴 앓듯 가슴 앓이를 하며 몇 달은 아침에 출근하는 양 집을 나와 공원이나 산에서 배회하고 시간을 보내다가 퇴근 시간 무렵이 되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집에 돌아오는 처량한 가장이 지금도 많다는 사실이다. 승진에서 탈락되지나 않을 까 전전긍긍하는 직장인..., 디지털 시대에 적응 못하고 상사와 부하 동료 직원들의 눈총 받는 아날로르 시대의 나이 많은 지장인의 깊어가는 시름...! 폭주하는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직장인...! 하루에도 몇 번씩 직장을 때려치우고 싶어지는 뒤틀린 심사...!


오로지 높은 자리에 오르고 돈 많이 벌어오는 남편과 아버지가 가족으로부터 인정받고 대우받는 세태!


아버지의 존재 가치는 더욱 하락하여 왜소해질 수 밖에 없는 물신풍조(物神風潮)다.


나는 세 살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 조부로부터 훈육을 받으며 자라서 아버지의 얼굴도 모른 채 아버지의 살가운 정은 느껴보지 못했다.


그러나 훌륭한 인품과 덕을 지닌 할아버지의 사랑으로 대체되었다.


살다 보니 남의 부친 회갑이나 칠순, 고희연 등에 많이 참석하여 축하하였으나 정작 내 아버지의 회갑은 해드릴 수 없는 현실이 서글펐던 기억이 있다.


아버지에게 위로는 못해드려도 상처 주는 말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특히 남의 남편은 돈도 많이 벌어오고 출세도 하는데 당신은 왜 그 모양이냐! 라고 하던지, '아무개 아버지는 자식들 유학도 잘 보내고 용돈도 많이 주고 잘 나가는데 아버지는 왜 그렇게 못하느냐...' 라고 하는 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 육신의 상처는 시간이 흐르면 아물지만 마음의 상처는 한 번 각인되면 죽을 때까지 지워지지 않는 법이다.


어른이나 아이나 타인과 비교하는 화법(話法)은 가정이나 직장에서 반드시 삼가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이 지구상에서 둘도 없는 유일한 존엄한 존재이다. 내가 귀한 존재이기 때문에 타인도 꼭 같이 귀한 존재인 것이다. 나의 존재처럼 귀한 존재가 어디 있는가! 내가 없으면 가족도, 친구도 없는 것이다. 그리고 세상 자체가 없는 것이다.


그와 같은 논리로 따지자면 이 세상에 무시 당할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이다.


김 현승 시인은 '아버지의 마음'이란 시(詩) 제목으로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어린 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저녁 바람에 문을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어린 것들의 앞날을 생각한다.
어린 것들은 아버지의 나라다. - 아버지의 동포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
아버지는 비록 영웅이 될 수도 있지만......


폭탄을 만드는 사람도
감옥을 지키던 사람도
술가게의 문을 닫는 사람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의 때는 항상 씻김을 받는다.
어린 것들이 간직한 그 깨끗한 피로......


아버지는 가정에서 값비싼 선물을 기대하지 않는다. 몸에 좋은 보약 '십전대보탕' 보다 가족의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가 큰 힘이 되고 보약이 된다. 기름진 음식보다 사기를 높이는 말 한마디로 아버지를 격려하고 응원하자!


아버지의 사기가 올라가야 가정이 편안하고, 나라 지키는 국방이 잘 되고, 직장에서 능률이 오르며 국력이 신장된다.


아버지는 사기를 먹고 사는 존재이다.


해가 뉘엿뉘엿 서산에 넘어가는 석양에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긴 그림자를 뒤로 한채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오는 아버지에게 "아버지(또는 여보)! 오늘 하루 힘드셨죠?! 힘 내세요!"하는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가정의 달'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대한민국 모든 아버지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