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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강석목사 칼럼] 여름 햇빛이 있는 이유

고난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올 여름은 유난히도 더웠습니다. 무더운 것을 넘어서 그 더위는 살인광선이었고 불볕더위였습니다. 게다가 저녁에는 아열대 기후여서 잠 못 이루는 밤을 경험하였습니다. 왜냐면 수십 년 만에 온 더위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런 불볕더위와 여름의 살인광선 같은 햇볕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단 과일을 먹고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여름 햇빛은 그냥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 여름 햇빛이 내리 쬐었기 때문에 당도 높은 과일을 만들어 준 것입니다. 만약에 여름에 햇볕이 하나도 안 나고 맨날 비만 오고 구름만 가득했다면 단 과일을 만들어 낼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수십 년 만에 그런 더위를 만났다고 하지만 이스라엘은 매년 이런 더위를 맞이합니다. 그러나 그런 더위 때문에 가나안 땅에 과일은 다 당도가 높습니다.

 

 

만약에 이스라엘 광야에 여름에 작열하는 뜨거운 햇볕이 없었다면 달콤하고 향기로운 열매도 없었을 것입니다. 뜨거운 햇볕이 없으면 가을 열매들은 달콤하고 싱싱한 맛을 잃게 됩니다. 이스라엘의 포도와 무화과, 석류가 단 이유는 무더운 여름을 지나면서 무르익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나안 땅의 작열하는 햇볕은 오히려 생명의 빛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올해 우리나라는 폭염이 지속되었을 뿐만 아니라 볼라벤이라는 거대한 태풍이 몰아쳤습니다.

 

그래서 지난주에 우리 교회는 태풍에 떨어진 낙과를 팔아 주었습니다. 그 때 농민들이 얼마나 감사하게 생각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지난 여름의 뜨거운 태양빛 때문에 떨어진 과일도 정말 단 것을 맛보았지 않습니까? 그래서 한 여름에 더울 때는 괴롭고 짜증이 났지만 그런 여름 더위가 우리에게 아주 당도 높은 과일을 선물로 제공해 주었던 것입니다.

 

 

우리 인생살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상에 고난이 없는 사람이 어디가 있겠습니까? 누구에게나 여름의 불볕더위와 같은 고난이 다 옵니다. 그러나 그 고난이 우리의 인격을 성숙시키고 삶을 단련 시켜 주는 것입니다. 지난 주에 저는 서울 구치소에 특별면회를 갔습니다.

 

 

그 분의 성만 들어도 다 알만한 유명한 분입니다. 그런데 그 분이 눈물을 글썽거리며 이렇게 말씀하시는 겁니다. “목사님, 고난이 얼마나 내 인생에 큰 깨달음을 주었는지 모릅니다. 내 신앙과 삶에 얼마나 큰 성숙함을 주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도 함께 눈시울을 적시면서 간절히 눈물로 기도를 하고 왔습니다.

 

 

저는 돌아오면서 여름 햇빛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독일의 시인 릴케는 ‘가을날’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노래하지 않았습니까? “주여, 때가 왔습니다 /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 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주시어 /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이런 시를 생각해 보더라도 여름의 햇빛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지 않습니까?

 

 

지난 주 화요일 경기경찰청 오찬기도회에 강경량 청장님께서 이 시를 인용하면서 인사말씀을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저는 그 때 “아, 강 청장님은 조직 사회에서 명령과 지휘만 하는 계선리더십만 행사한 줄 알았더니 이렇게 감성적 리더십을 발휘하는 분이시구나”라고 생각하며 깜짝 놀랐습니다.

 

 

그렇습니다. 지난 여름 햇볕이 뜨거웠기 때문에 초가을에 이토록 비가 많이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단 과일을 만들어 준 것입니다. 지난 번 지방을 다녀오면서 태풍에 떨어진 낙과도 많았지만 그 시련의 태풍 앞에서도 인내하면 나뭇가지에 끝까지 매달린 과일의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어쩌면 그 과일은 여름 햇빛을 더 강렬하게 받았을지도 모릅니다. 여름 햇빛을 강렬하게 받아야 건강한 과일로 익을 것이고 바로 그 건강한 과일이 태풍 볼라벤도 이겨내며 나뭇가지에 매달렸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성경의 하나님의 사람들도 모두 인생의 여름 광야를 거쳤습니다. 모세와 다윗, 엘리야도 자신들의 인생을 작열하는 태양볕 아래 이글이글 타오르는 고난의 광야에서 영글어갔던 사람들입니다. 불타는 사막의 선인장도 물 한 방울, 바람 한 줄기, 그늘 한 자락 없는 열대의 사막에 홀로 서 있습니다.

 

그러나 그 폭염과 목마름에 쓰러지지 않고 기어이 새벽이슬 한 모금을 마시고 별빛 한 자락 바라보며 작은 꽃을 피워내지 않습니까? 요즘 많은 사람들이 힘들다고 아우성을 치는 때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름 햇빛을 생각하면서 그리고 태풍 볼라벤 앞에서도 떳떳하게 매달려 있는 붉은 과일들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꿋꿋하게 살아가야 합니다. 여름의 무더운 햇볕이 오히려 단 과일을 만든다는 사실을 생각하면서, 그리고 그렇게 햇빛을 많이 받은 과일이 태풍 볼라벤 앞에서도 어엿하게 매달려 있는 과일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편집부 박순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