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고 단단한 철판 위에 뜨거운 불꽃이 지나간다. 수없이 반복된 용접선은 어느 순간 꽃이 되고 나비가 되며, 굽이치는 자연과 삶의 흔적으로 되살아난다.
조각가 이경은의 초대개인전 〈Trace of Welding-심연으로부터〉가 오는 9월 1일부터 12일까지 대구광역시 중구 명륜로26길 5 환갤러리(HWAN GALLERY)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오랫동안 천착해 온 ‘용접의 흔적’을 통해 인간의 삶과 내면, 상처와 치유, 그리고 새로운 세계에 대한 희망을 풀어낸 자리다.
특히 이경은 작가는 금속을 단순한 조각의 재료로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용접 과정에서 생겨나는 선과 흔적 자체를 작품의 핵심적인 조형언어로 끌어들인다.
철판 위에 길게 이어진 용접선은 반복되고 겹쳐지면서 하나의 풍경을 만든다. 차갑고 경직된 금속은 불과 열을 만나 뒤틀리고 변형되며, 그 위에 남은 흔적은 작가의 손을 거쳐 꽃과 나비, 새와 바람 등 생명성을 품은 이미지로 변화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무념무상의 용접선은 길게 길게 무한히 반복되어진다. 차갑고 경직되었던 철판은 조용히 꿈틀거리고 뒤틀린다”며 “판 위를 유영하는 선들은 한 땀 한 땀 흔적으로 남으며 심연의 소리가 되고 울림이 된다”고 자신의 작품세계를 설명한다.
이어 “흔적은 나의 삶의 노래”라며 “새로운 세상에 대한 희망과 동경은 꽃과 나비 그리고 새가 되고 바람이 되어 작품 속에 흔적으로 남는다”고 밝히고 있다.
전시 제목인 ‘Trace of Welding’ 역시 이 같은 작업세계를 압축한다. 용접이 남긴 물리적인 자국을 넘어 한 인간이 살아오며 축적한 시간과 기억, 내면 깊숙한 곳에서 올라오는 감정까지 ‘흔적’이라는 조형적 언어로 보여주려는 것이다.
공개된 작품에서도 이러한 특징은 뚜렷하다. 은빛 금속판을 바탕으로 거칠게 솟아오른 용접선과 다채로운 색채의 꽃·나비 등이 대비를 이루는가 하면, 또 다른 작품에서는 반복적으로 새겨진 선들이 거대한 나무의 결이나 물결처럼 화면 전체를 휘감는다. 차가운 금속이 작가의 손을 거치며 역설적으로 따뜻한 생명성을 얻는 셈이다.
이경은 작가는 경북대학교와 강원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지금까지 11차례의 개인전과 250여 회의 단체·초대전에 참여했다. 이란·독일·튀니지·인도네시아·카자흐스탄·크로아티아·에콰도르·말레이시아·튀르키예·대만·일본·네팔·중국·몽골·러시아·필리핀 등 해외에서도 작품을 선보이며 활동 영역을 넓혀왔다.
또 전국회룡미술대전 최우수상, 경기미술대전 특선 및 입선, 단원미술대전 입선 등의 수상 경력이 있으며 한국조각가협회, 한국미술협회, 한국현대조형작가회, 성남조각가협회, 문조각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시가 열리는 환갤러리는 2020년 대구 중구에서 문을 열었으며, 2021년 현재의 명륜로26길로 이전했다. 한국미술시장정보시스템은 환갤러리가 젊은 작가들의 전시 기회를 확대하고 다양한 세대의 작가들을 소개하기 위해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 환갤러리는 그동안 다양한 작가들의 개인·초대전을 꾸준히 열어온 전시공간으로 확인된다.
〈Trace of Welding-심연으로부터〉는 9월 1일부터 12일까지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으며, 초대 리셉션은 9월 1일 오후 5시30분 열린다.
이번 전시는 용접이라는 산업적이고 거친 행위를 예술적 언어로 전환해, 철에 새겨진 흔적을 인간의 기억과 삶의 궤적으로 확장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불꽃이 지나간 자리에 남겨진 한 줄의 용접선처럼, 이경은 작가는 삶의 상처와 기억 역시 지워야 할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생명과 희망을 피워내는 흔적임을 작품으로 이야기한다.





